큰맘 먹고 장만한 내 첫 중고차, 도로 위를 달릴 꿈에 부풀었는데 며칠 만에 엔진 경고등이 번쩍 들어오고 수리비 폭탄을 맞으셨나요? 혹은 온라인에서 본 그럴싸한 매물에 혹해 중고차 매매단지까지 찾아갔더니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다른 차를 보여주던가요? 이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분들이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겪는 쓰라린 경험입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중고차 파괴자’처럼 시장의 함정을 모조리 부숴버릴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선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바로 ‘계약서’입니다. 달콤한 말과 현란한 광고에 속지 않고,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 몇 가지만 꼼꼼히 확인한다면 적어도 억울하게 사기당하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중고차 계약, 이것만은 꼭! 핵심 체크리스트 요약
- 차량 정보 동일성 확인: 자동차 등록증, 성능점검기록부, 계약서에 기재된 ‘차대번호’가 모두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 특약사항 적극 활용: “침수, 주행거리 조작, 주요 골격 사고 시 전액 환불”과 같이 딜러와 협의한 모든 내용을 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하세요.
- 비용 명세 투명성 확보: 차량 가격 외에 이전등록비, 매도비 등 모든 부대 비용이 항목별로 명확하게 기재되었는지 꼼꼼히 따져보세요.
첫 번째 방어선, 모든 서류의 ‘차대번호’ 일치 여부
중고차 거래는 결국 서류와의 싸움입니다. 아무리 차량의 내외관 상태가 신차급 중고차처럼 깨끗해 보여도, 서류가 엉망이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차대번호’ 확인입니다.
서류 삼총사의 통일성을 확인하라
차대번호(VIN)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차량에 부여된 고유한 17자리 식별 번호입니다. 이 번호만 알면 차량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죠. 중고차 계약 시에는 아래 세 가지 서류의 차대번호가 반드시 일치해야 합니다.
- 자동차 등록증: 차량의 소유주와 기본 제원을 담고 있는 공식 신분증입니다.
-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공인된 점검 기관에서 차량의 사고 유무, 누유, 주요 부품 상태 등을 점검한 기록입니다.
- 중고차 매매 계약서: 여러분이 최종적으로 서명하게 될 바로 그 문서입니다.
만약 딜러가 보여준 차량과 계약서의 차대번호가 다르다면, 이는 전형적인 허위매물 또는 미끼매물 사기 수법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본 좋은 컨디션의 차량이 아닌, 다른 문제 있는 차량으로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죠. 반드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세 서류의 차대번호를 한 자 한 자 대조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구두 약속은 허공으로, ‘특약사항’이라는 증거를 남겨라
“이 차 절대 침수차 아니에요. 제가 보증합니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지고 고쳐드릴게요.” 중고차 딜러의 이런 달콤한 말, 과연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구두 약속은 법적 분쟁 발생 시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특약사항’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을 지키는 마법의 문장들
계약서의 특약사항란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특별한 약속을 기재하는 공간입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 권익을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아래와 같은 문구들은 중고차 환불이나 손해배상 청구 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상황 | 추천 특약사항 문구 |
|---|---|
| 침수/주행거리 조작 우려 | “본 차량이 침수 또는 전손 처리 이력이 있거나, 실제 주행거리에 조작이 있었음이 확인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차량 대금 전액 및 이전등록 관련 제반 비용 일체를 환불한다.” |
| 사고 이력 불안 | “성능점검기록부에 고지되지 않은 주요 골격(프레임)의 판금, 용접 등 중대 사고 수리 이력이 발견될 경우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환불 조치한다.” |
| 추가 서비스 약속 | “판매자는 잔금 지급 전까지 블랙박스 장착, 엔진오일 교체, 네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완료하여 인도한다.” |
이 외에도 딜러와 구두로 협의한 모든 내용은 반드시 문자로 기록하고, 최종적으로 계약서 특약사항에 옮겨 적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는 하자 담보 책임과 고지 의무를 판매자에게 명확히 부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숨은 비용 찾기, ‘총비용 명세서’를 요구하라
차량 가격 1,000만 원짜리 가성비 중고차를 발견하고 기뻐했는데, 막상 계약서에는 1,200만 원이 찍혀있어 당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중고차 가격에는 차량의 순수 가격 외에 여러 부대 비용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일부 비양심적인 딜러들이 이 비용을 부풀려 이익을 챙긴다는 점입니다.
‘알선수수료’와 ‘매도비’의 정체
중고차 구매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추가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서에 이 항목들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지, 금액은 적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 취등록세(이전등록비): 차량을 구매하여 명의를 이전할 때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입니다.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영수증을 통해 실제 납부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매도비(관리비):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상사 이전, 주차, 차량 관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입니다. 매매단지나 상사별로 금액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인 수준을 과도하게 넘지 않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알선 수수료: 딜러가 차량을 알선해준 대가로 받는 수수료입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요율(차량가액의 2.2%)이 있으므로, 이를 초과하여 요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 성능점검 책임보험료: 구매 후 1개월/2,000km 이내에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입니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차종과 연식에 따라 비용이 다릅니다.
계약서에 ‘기타 비용’, ‘부대비용 일체’ 등으로 뭉뚱그려 기재되어 있다면, 반드시 항목별 세부 내역과 금액을 명시한 견적서를 요구하고,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차량의 건강검진표,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교차 검증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는 중고차의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이므로, 딜러는 이 기록부를 의무적으로 구매자에게 고지하고 교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록부만 맹신해서는 안 되며, 실제 차량 상태와 비교하는 교차 검증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기록부와 실물을 비교하는 눈
기록부를 볼 때는 사고 유무, 수리 부위, 누유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합니다. 외판의 ‘X'(교환)나 ‘W'(판금/도색) 표시는 단순 접촉사고일 수 있지만, 차량의 뼈대인 주요 골격(프레임) 부위에 수리 이력이 있다면 큰 사고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기록부에는 ‘정상’으로 표기되어 있더라도 실제 차량 하부에서 누유나 누수가 발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시운전을 통해 변속 충격, 핸들 쏠림, 각종 소음 및 진동을 직접 체크하고, 리프트에 차를 띄워 하부 부식 상태와 누유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최종 관문, ‘압류 및 저당’ 설정 여부 확인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골라 계약까지 마쳤는데, 알고 보니 세금 체납으로 인한 압류나 할부 미납으로 인한 근저당이 설정된 차량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최악의 경우, 차량 소유권을 이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압류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서류가 바로 ‘자동차 등록원부’입니다.
깨끗한 소유권을 위한 마지막 점검
자동차 등록원부(갑) 서류를 통해 해당 차량의 압류 및 저당 설정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서류는 ‘자동차 민원 대국민포털’에서 누구나 쉽게 발급받아 볼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딜러에게 잔금 지급일 전까지 모든 압류 및 저당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확인받고, 이를 특약사항에 “잔금 지급과 동시에 압류 및 저당 설정을 모두 해지하며, 해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한다”고 명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잔금을 치르고 명의 이전을 진행해야 완벽한 ‘중고차 파괴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